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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관측하면 입자, 관측 안 하면 파동? - 이중슬릿 실험의 충격

by 너의sunday 2025. 11. 17.

주말에 과학관에서 이중슬릿 실험 영상을 봤습니다. 전자를 하나씩 쏘는데 간섭무늬가 생기더군요. 더 충격적인 건, 관측하는 순간 간섭무늬가 사라진다는 거였어요. "관측하면 다르게 행동한다고?" 이게 대체 무슨 뜻일까요?

1.파동과 입자, 완전히 다른 세계

고전 물리학에서는 명확했습니다. 빛은 파동, 전자는 입자.

파동은 공간에 퍼져 있습니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퍼져나가고, 두 물결이 만나면 간섭을 일으키죠. 높은 부분끼리 만나면 더 높아지고, 높은 부분과 낮은 부분이 만나면 상쇄됩니다.

입자는 정확한 위치에 있습니다. 야구공을 던지면 매 순간 정확한 위치와 속도를 가지고 날아갑니다. 두 개를 동시에 던져도 서로 부딪치지 않는 한 독립적으로 움직이죠.

19세기까지 이 구분은 너무나 명확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20세기 초, 모든 게 무너졌습니다.

 

 

 


 

2.빛이 입자라고? - 광전효과

1905년,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를 설명하면서 빛이 '광자'라는 입자로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광자 하나가 전자 하나를 떼어내는 깔끔한 1:1 과정이었죠.

하지만 빛이 간섭과 회절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미 100년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토마스 영의 이중슬릿 실험(1801)이 그 증거였고요.

그렇다면 빛은 무엇인가? 입자인가, 파동인가?

답은 놀랍게도 둘 다였습니다.

3.전자도 파동이다 - 드브로이의 가설

1924년, 루이 드브로이는 더 대담한 제안을 했습니다. "빛이 입자와 파동 둘 다라면, 전자도 파동일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모든 물질이 파동 성질을 가지며, 그 파장은 다음과 같다고 제안했습니다.

λ = h/p

λ는 파장, h는 플랑크 상수, p는 운동량(질량 × 속도)입니다.

이 공식의 의미는 충격적입니다. 당신도 파동이고, 이 글을 읽는 스마트폰도 파동이라는 뜻이거든요. 다만 질량이 커서 파장이 너무 짧아 관측할 수 없을 뿐이죠.

하지만 전자는 가볍습니다. 보통 속도로 움직이는 전자의 파장은 약 0.7nm로 원자 크기 수준이에요. 이것은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4.전자 회절 실험 - 입자가 파동처럼

1927년, 데이비슨과 거머는 전자를 니켈 결정에 쏘았습니다. 만약 전자가 단순한 입자라면 산란 패턴이 무작위여야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특정 각도에서만 강하게 검출되는 명확한 패턴이 나타났고, 그것은 X선 회절 패턴과 똑같았습니다. 전자가 파동처럼 회절한 겁니다.

이 발견으로 드브로이는 192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5.이중슬릿 실험 - 양자역학의 심장

파동-입자 이중성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중슬릿 실험입니다. 리처드 파인만은 이것을 "양자역학의 모든 신비를 담고 있는 실험"이라고 불렀죠.

실험은 간단합니다. 두 개의 좁은 틈이 있는 판에 전자를 쏘고, 뒤쪽 스크린에서 어디에 도착하는지 봅니다.

관측하지 않을 때: 전자를 하나씩 천천히 쏩니다. 처음에는 무작위로 보이지만, 점들이 쌓이면서 놀라운 패턴이 나타납니다. 밝은 줄과 어두운 줄이 교대로 나타나는 간섭무늬죠!

이것은 완전히 이상합니다. 전자는 하나씩 쏘았는데, 간섭은 파동 두 개가 만나야 일어나는 현상이거든요. 전자가 자기 자신과 간섭한 걸까요? 아니면 두 슬릿을 동시에 통과한 걸까요?

관측할 때: 이제 어느 슬릿을 통과했는지 관측하는 장치를 설치합니다. 그 순간,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간섭무늬가 사라집니다! 전자는 왼쪽이나 오른쪽 하나만 통과하며, 입자처럼 행동합니다.

관측이 결과를 바꾼 겁니다. 전자가 우리가 보고 있다는 걸 아는 것처럼 행동을 바꿔요. 이것은 SF 소설이 아닙니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6.파동함수 - 확률의 파동

양자역학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전자는 파동함수 ψ로 기술되며, |ψ|²이 전자를 발견할 확률을 나타냅니다.

관측하지 않을 때, 전자의 파동함수는 두 슬릿을 모두 통과합니다. 두 경로의 파동이 만나 간섭을 일으키고, 그래서 특정 위치에서는 확률이 높아지고(밝은 무늬) 특정 위치에서는 확률이 0이 됩니다(어두운 무늬).

관측하는 순간, 파동함수가 '붕괴'합니다. 전자는 한쪽 경로로 확정되고, 더 이상 간섭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가장 기묘한 점은 이것입니다. 관측 전에 전자는 정말로 두 곳에 동시에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게 아니라 '정말로 확정되지 않은' 겁니다. 양자 중첩 상태죠.

7.왜 일상에서는 안 보일까?

"그럼 사람도 두 곳에 동시에 있을 수 있나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해요.

드브로이 파장 공식 λ = h/p를 보면, 질량이 클수록 파장이 극도로 짧아집니다. 사람(70kg)의 드브로이 파장은 10⁻³⁶ m 수준으로, 양성자보다 10²¹배나 작습니다. 물리적으로 의미가 없는 수준이죠.

또한 거시 세계의 물체는 주변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합니다. 공기 분자와 부딪치고, 빛을 흡수하면서 양자적 간섭이 순식간에 파괴됩니다. 이것을 결어긋남(decoherence)이라고 해요.

양자 효과를 보려면 극도로 작고, 극도로 고립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일상에서는 고전 물리학이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8.기술 속의 이중성

하지만 나노 세계에서는 다릅니다.

전자현미경은 전자의 파동성을 이용합니다. 파장이 짧아서 원자 수준의 해상도를 얻을 수 있죠.

양자 터널링도 파동성의 결과입니다. 전자가 넘을 수 없는 에너지 장벽을 파동처럼 '스며들어' 통과하는 현상이에요. USB 메모리가 이 원리로 작동합니다.

양자컴퓨터는 중첩 상태를 직접 활용합니다. 큐비트가 0과 1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파동-입자 이중성 때문이죠.

양자암호통신도 이중성을 이용합니다. 관측하면 상태가 바뀌는 성질을 이용해서, 도청 시도를 즉시 감지할 수 있습니다.

9.관측의 의미

이중슬릿 실험이 제기하는 철학적 질문은 깊습니다.

"관측하기 전에 전자는 어디에 있었나?" 양자역학의 답은 충격적입니다. "어디에도 없었다. 단지 확률로만 존재했다."

"관측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의식이 필요한가, 아니면 검출기와의 상호작용만으로 충분한가? 이것은 여전히 논쟁 중입니다.

코펜하겐 해석은 관측자를 중시합니다. 다세계 해석은 모든 가능성이 평행 우주로 실현된다고 주장하죠. 어느 것이 맞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실험 결과입니다. 관측하면 정말로 결과가 바뀝니다. 이것은 사실입니다.

10.마치며

파동-입자 이중성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상하다고. 입자는 두 곳에 동시에 있을 수 있고, 관측이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닐스 보어는 말했습니다. "양자역학에 충격받지 않았다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 기묘한 원리가 작동합니다. 전자현미경, 반도체, 양자컴퓨터... 현대 기술의 기반이 되었죠. 이해하기 어렵지만, 자연은 정말로 그렇게 작동합니다.

다음에 스마트폰을 볼 때 기억하세요. 그 안의 수십억 개 트랜지스터는 전자의 파동성을 이용해 작동합니다. 양자 터널링 없이는 현대 전자기기도 없었을 거예요.

우리가 보는 세상은 양자역학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파동이면서 입자인, 그 기묘한 세계 위에서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