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큐비트(qubit)” 와 “디빈센조 기준(DiVincenzo criteria)” 입니다.
뉴스에서는
“OO 기업, 1000 큐비트 양자프로세서 개발”
같은 제목이 쏟아지지만,
과연 “큐비트가 많다 = 좋은 양자컴퓨터” 일까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큐비트는 많이 모아놓는 것보다,
“얼마나 잘 제어할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고,
그 기준을 정리해 둔 것이 바로 디빈센조가 제시한 조건이에요.
이 글에서는
- 큐비트가 무엇인지
- 디빈센조 기준이 왜 중요한지
- 실제 물리 시스템(초전도, 이온, 광자 등)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를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큐비트(Qubit)란 무엇인가?
고전 컴퓨터의 정보 단위는 비트(bit) 입니다.
비트는 0 또는 1, 두 상태 중 하나만 가질 수 있죠.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는 큐비트(qubit) 입니다.
큐비트는 0과 1을 각각 나타내는 두 상태 ∣0⟩,∣1⟩|0\rangle, |1\rangle 사이에서
양자중첩(superposition) 상태를 가질 수 있습니다.
수학적으로는 이렇게 씁니다.
∣ψ⟩=α∣0⟩+β∣1⟩|\psi\rangle = \alpha |0\rangle + \beta |1\rangle여기서
- α,β\alpha, \beta는 복소수 계수
- ∣α∣2+∣β∣2=1|\alpha|^2 + |\beta|^2 = 1
즉, 큐비트 하나가
- 확률 ∣α∣2|\alpha|^2로 0
- 확률 ∣β∣2|\beta|^2로 1
이 될 수 있는 ‘겹친 상태’ 로 존재하는 거죠.
⚖️ 비트 vs 큐비트
| 상태 | 0 또는 1 | 0과 1의 중첩 |
| 표현 | 0, 1 | (\alpha |
| 연산 | 논리게이트(AND, OR 등) | 양자게이트(H, CNOT 등) |
| 특징 | 결정론적 | 확률·중첩·얽힘 |
큐비트의 진짜 힘은 여러 큐비트를 묶었을 때 나타납니다.
n개의 큐비트를 가지면, 이 시스템은
개의 상태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병렬적 상태 표현” 때문에 양자컴퓨터가 특정 문제에서
고전 컴퓨터를 압도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2. 큐비트는 아무 장치나 되지 않는다: 디빈센조 기준
양자정보 과학자 David DiVincenzo(디빈센조) 는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어떤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가?”를
일곱 가지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중 1~5번은 양자컴퓨터(계산) 에 대한 기준,
6~7번은 양자통신(네트워크) 까지 고려한 기준입니다.
🔢 디빈센조 기준(요약)
- 확장 가능한, 잘 정의된 큐비트 집합
- 초기화 가능(기본 상태로 준비 가능)
- 코히런스 시간이 충분히 길 것
- 보편적인 양자게이트 집합 구현 가능
- 각 큐비트를 개별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 것
- (통신용) 정지 큐비트와 이동 큐비트 간 변환 가능
- (통신용) 이동 큐비트를 멀리까지 보낼 수 있을 것
이제 하나씩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3. 조건 1 – ‘큐비트답게’ 동작하는 물리 시스템
“물리적으로 구현 가능한, 잘 정의된 큐비트 집합이 있어야 한다.”
이 말은
양자상태 ∣0⟩,∣1⟩|0\rangle, |1\rangle를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그 숫자를 늘려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시 ① 초전도 큐비트
- 기반: 초전도 회로(조셉슨 접합)
- ∣0⟩,∣1⟩|0\rangle, |1\rangle = 전자기 에너지 준위(진동 모드의 바닥상태·첫 번째 들뜬 상태)
- 구글, IBM이 사용하는 방식
예시 ② 이온 큐비트(Trapped Ion)
- 기반: 전기장/레이저로 공중에 가둔 이온
- ∣0⟩,∣1⟩|0\rangle, |1\rangle = 이온의 내부 에너지 준위(스핀 상태 등)
- IonQ, Quantinuum 등
예시 ③ 광자 큐비트(Photonic Qubit)
- 기반: 빛의 입자(광자)
- ∣0⟩,∣1⟩|0\rangle, |1\rangle = 편광 방향(수평/수직), 경로(위/아래 팔) 등
- 통신·측정 기반 양자컴퓨터에서 많이 사용
4. 조건 2 – 초기화 가능(Reset & Prepare)
“원하는 기준 상태로 큐비트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양자 알고리즘을 실행하려면
보통 ∣000...0⟩|000...0\rangle 같은 기본 상태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큐비트를
- 열적으로 식혀서 바닥상태로 만들거나
- 레이저 펄스로 특정 상태로 강제로 보내거나
하는 초기화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예시
- 초전도 큐비트: 극저온(밀리켈빈)으로 냉각하면 거의 ∣0⟩|0\rangle 상태
- 이온 큐비트: 레이저 냉각 + 광 펌핑으로 특정 내부 상태로 초기화
- NV 센터(다이아몬드 결함): 레이저로 특정 스핀 상태로 초기화 가능
초기화가 잘 안 되면,
알고리즘을 시작하기도 전에 결과가 틀어질 수 있습니다.
5. 조건 3 – 코히런스 시간 vs 연산 속도
“큐비트의 양자상태가 충분히 오래 유지되어야 한다.”
큐비트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면 양자정보를 잃어버리는(디코히런스)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 코히런스 시간(양자상태가 유지되는 시간)은 길어야 하고
- 게이트 연산 시간(연산 하나에 걸리는 시간)은 짧아야 합니다.
그래야 유효한 연산을 여러 번 수행할 수 있습니다.
직관적으로 말하면
“기억력이 나쁘면, 아무리 똑똑해도 계산을 많이 못 한다.”
예시
- 이온 큐비트: 코히런스 시간이 ms~s (매우 길다), 게이트는 느린 편
- 초전도 큐비트: 코히런스 시간은 μs 수준, 대신 게이트 속도는 매우 빠름
- 광자 큐비트: 이동 중에는 환경과 잘 안 섞여 코히런스 유지에 유리하지만, 상호작용(게이트 구현)이 어렵다
6. 조건 4 – 보편적 양자게이트(Universal Gate Set)
“어떤 양자연산도 구현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게이트 집합이 있어야 한다.”
고전 컴퓨터에서 NAND 게이트만 있어도
모든 논리연산을 구현할 수 있듯이,
양자컴퓨터도 보편적 게이트 집합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 단일 큐비트 회전 게이트들 (H, X, Y, Z, Rz 등)
- CNOT 같은 2큐비트 게이트
이 조합으로 임의의 양자연산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시
- 초전도 큐비트: 단일 회전 + CNOT / CZ 게이트 실험적으로 구현
- 이온 큐비트: 레이저로 Mølmer–Sørensen 게이트 → 사실상 CNOT와 동등한 역할
- 스핀 큐비트(양자점): 교환 상호작용을 이용한 2큐비트 게이트
게이트의 충실도(정확도) 가 높아야 오류정정까지 가능해집니다.
7. 조건 5 – 개별 큐비트 측정 가능
“각각의 큐비트를 따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계산이 끝난 후에는 결과를 읽어야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개별 큐비트 측정(single-qubit readout) 입니다.
예시
- 이온 큐비트: 특정 내부 상태에만 반응하는 레이저를 쏴서, 빛이 나오면 ∣1⟩|1\rangle, 안 나오면 ∣0⟩|0\rangle로 판별
- 초전도 큐비트: 공진기와 결합시켜 반사되는 마이크로파의 위상 변화로 상태 판별
- NV 센터: 스핀 상태에 따라 형광 강도가 달라지는 현상 이용
측정은 양자 상태를 붕괴시키기 때문에,
정확하면서도 불필요한 큐비트에는 영향을 주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8. 조건 6 & 7 – 양자통신까지 생각하면 필요한 것들
디빈센조는 양자통신, 즉 양자 네트워크 까지 확장해서 두 가지 조건을 더 제시했습니다.
- 정지 큐비트(메모리)와 이동 큐비트(광자 등) 사이의 변환 가능
- 이동 큐비트를 멀리까지 보내는 기술 확보
직관적으로 말하면
- 메모리 역할을 하는 큐비트 (이온, 초전도, 스핀 등)
- 통신에 좋은 큐비트 (광자)
이 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야
“양자 인터넷” 같은 것이 가능해집니다.
예시로는:
- 이온 또는 원자 → 광자 → 다시 원자
- NV 센터(고체 스핀) ↔ 광자 인터페이스
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9. 실제 시스템 예시 정리
마지막으로, 자주 언급되는 큐비트 후보들을
디빈센조 기준과 연결해 한 번에 볼 수 있게 정리해봅니다.
| 초전도 큐비트 | 초전도 회로, 조셉슨 접합 | 빠른 게이트, 집적회로 기술과 궁합 좋음 | 코히런스 시간 짧음, 극저온 필요 |
| 이온 큐비트 | 진공 중에 갇힌 이온 | 코히런스 시간 길고 게이트 정확도 높음 | 게이트 속도 느리고 대형화가 어려움 |
| 광자 큐비트 | 빛의 편광/경로 | 통신에 최적, 디코히런스 적음 | 상호작용 구현이 어려워 연산이 까다로움 |
| 스핀 큐비트(양자점 등) | 전자의 스핀 상태 | 반도체 공정과 통합 가능성 | 제어·읽기 기술 아직 개발 중 |
| NV 센터 | 다이아몬드 결함 스핀 | 실온에서 동작, 센싱에 매우 유리 | 대규모 확장·연산은 아직 도전 과제 |
🔚 마무리 – “큐비트”의 진짜 의미
겉으로 보면 “OO사는 1000큐비트, OO사는 133큐비트” 같은 숫자 경쟁이 눈에 띄지만,
디빈센조 기준으로 보면 중요한 질문은 조금 다릅니다.
- 그 큐비트는 얼마나 잘 초기화되고
- 얼마나 오래 유지되며
- 얼마나 정확하게 게이트를 적용할 수 있고
- 얼마나 잘 측정할 수 있는지
다시 말해,
“큐비트의 숫자”보다,
“큐비트를 얼마나 제어할 수 있는가”가 양자컴퓨터의 핵심입니다.
디빈센조 기준은
바로 이 “제어 가능성”을 점검하는 체크리스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 관련 뉴스를 볼 때,
이 기준을 떠올리며 읽어보면
어떤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훨씬 잘 보이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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