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양자역학

큐비트란 무엇인가-디빈센조 기준으로 보는 ‘진짜’ 양자컴퓨터의 조건

by 너의sunday 2025. 11. 26.

양자컴퓨터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큐비트(qubit)”“디빈센조 기준(DiVincenzo criteria)” 입니다.

뉴스에서는

“OO 기업, 1000 큐비트 양자프로세서 개발”
같은 제목이 쏟아지지만,
과연 “큐비트가 많다 = 좋은 양자컴퓨터” 일까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큐비트는 많이 모아놓는 것보다,
얼마나 잘 제어할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고,
그 기준을 정리해 둔 것이 바로 디빈센조가 제시한 조건이에요.

이 글에서는

  • 큐비트가 무엇인지
  • 디빈센조 기준이 왜 중요한지
  • 실제 물리 시스템(초전도, 이온, 광자 등)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를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큐비트(Qubit)란 무엇인가?

고전 컴퓨터의 정보 단위는 비트(bit) 입니다.
비트는 0 또는 1, 두 상태 중 하나만 가질 수 있죠.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는 큐비트(qubit) 입니다.
큐비트는 0과 1을 각각 나타내는 두 상태 ∣0⟩,∣1⟩|0\rangle, |1\rangle 사이에서
양자중첩(superposition) 상태를 가질 수 있습니다.

수학적으로는 이렇게 씁니다.

∣ψ⟩=α∣0⟩+β∣1⟩|\psi\rangle = \alpha |0\rangle + \beta |1\rangle

여기서

  • α,β\alpha, \beta는 복소수 계수
  • ∣α∣2+∣β∣2=1|\alpha|^2 + |\beta|^2 = 1

즉, 큐비트 하나가

  • 확률 ∣α∣2|\alpha|^2로 0
  • 확률 ∣β∣2|\beta|^2로 1

이 될 수 있는 ‘겹친 상태’ 로 존재하는 거죠.

⚖️ 비트 vs 큐비트

구분비트(Bit)큐비트(Qubit)
상태 0 또는 1 0과 1의 중첩
표현 0, 1 (\alpha
연산 논리게이트(AND, OR 등) 양자게이트(H, CNOT 등)
특징 결정론적 확률·중첩·얽힘

큐비트의 진짜 힘은 여러 큐비트를 묶었을 때 나타납니다.
n개의 큐비트를 가지면, 이 시스템은

2n2^n

개의 상태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병렬적 상태 표현” 때문에 양자컴퓨터가 특정 문제에서
고전 컴퓨터를 압도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2. 큐비트는 아무 장치나 되지 않는다: 디빈센조 기준

양자정보 과학자 David DiVincenzo(디빈센조)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어떤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가?”를
일곱 가지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중 1~5번은 양자컴퓨터(계산) 에 대한 기준,
6~7번은 양자통신(네트워크) 까지 고려한 기준입니다.

🔢 디빈센조 기준(요약)

  1. 확장 가능한, 잘 정의된 큐비트 집합
  2. 초기화 가능(기본 상태로 준비 가능)
  3. 코히런스 시간이 충분히 길 것
  4. 보편적인 양자게이트 집합 구현 가능
  5. 각 큐비트를 개별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 것
  6. (통신용) 정지 큐비트와 이동 큐비트 간 변환 가능
  7. (통신용) 이동 큐비트를 멀리까지 보낼 수 있을 것

이제 하나씩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3. 조건 1 – ‘큐비트답게’ 동작하는 물리 시스템

“물리적으로 구현 가능한, 잘 정의된 큐비트 집합이 있어야 한다.”

이 말은
양자상태 ∣0⟩,∣1⟩|0\rangle, |1\rangle를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그 숫자를 늘려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시 ① 초전도 큐비트

  • 기반: 초전도 회로(조셉슨 접합)
  • ∣0⟩,∣1⟩|0\rangle, |1\rangle = 전자기 에너지 준위(진동 모드의 바닥상태·첫 번째 들뜬 상태)
  • 구글, IBM이 사용하는 방식

예시 ② 이온 큐비트(Trapped Ion)

  • 기반: 전기장/레이저로 공중에 가둔 이온
  • ∣0⟩,∣1⟩|0\rangle, |1\rangle = 이온의 내부 에너지 준위(스핀 상태 등)
  • IonQ, Quantinuum 등

예시 ③ 광자 큐비트(Photonic Qubit)

  • 기반: 빛의 입자(광자)
  • ∣0⟩,∣1⟩|0\rangle, |1\rangle = 편광 방향(수평/수직), 경로(위/아래 팔) 등
  • 통신·측정 기반 양자컴퓨터에서 많이 사용

4. 조건 2 – 초기화 가능(Reset & Prepare)

“원하는 기준 상태로 큐비트를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양자 알고리즘을 실행하려면
보통 ∣000...0⟩|000...0\rangle 같은 기본 상태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큐비트를

  • 열적으로 식혀서 바닥상태로 만들거나
  • 레이저 펄스로 특정 상태로 강제로 보내거나

하는 초기화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예시

  • 초전도 큐비트: 극저온(밀리켈빈)으로 냉각하면 거의 ∣0⟩|0\rangle 상태
  • 이온 큐비트: 레이저 냉각 + 광 펌핑으로 특정 내부 상태로 초기화
  • NV 센터(다이아몬드 결함): 레이저로 특정 스핀 상태로 초기화 가능

초기화가 잘 안 되면,
알고리즘을 시작하기도 전에 결과가 틀어질 수 있습니다.


5. 조건 3 – 코히런스 시간 vs 연산 속도

“큐비트의 양자상태가 충분히 오래 유지되어야 한다.”

큐비트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면 양자정보를 잃어버리는(디코히런스)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 코히런스 시간(양자상태가 유지되는 시간)은 길어야 하고
  • 게이트 연산 시간(연산 하나에 걸리는 시간)은 짧아야 합니다.

그래야 유효한 연산을 여러 번 수행할 수 있습니다.

직관적으로 말하면

“기억력이 나쁘면, 아무리 똑똑해도 계산을 많이 못 한다.”

예시

  • 이온 큐비트: 코히런스 시간이 ms~s (매우 길다), 게이트는 느린 편
  • 초전도 큐비트: 코히런스 시간은 μs 수준, 대신 게이트 속도는 매우 빠름
  • 광자 큐비트: 이동 중에는 환경과 잘 안 섞여 코히런스 유지에 유리하지만, 상호작용(게이트 구현)이 어렵다

6. 조건 4 – 보편적 양자게이트(Universal Gate Set)

“어떤 양자연산도 구현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게이트 집합이 있어야 한다.”

고전 컴퓨터에서 NAND 게이트만 있어도
모든 논리연산을 구현할 수 있듯이,
양자컴퓨터도 보편적 게이트 집합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 단일 큐비트 회전 게이트들 (H, X, Y, Z, Rz 등)
  •  
  • CNOT 같은 2큐비트 게이트

이 조합으로 임의의 양자연산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시

  • 초전도 큐비트: 단일 회전 + CNOT / CZ 게이트 실험적으로 구현
  • 이온 큐비트: 레이저로 Mølmer–Sørensen 게이트 → 사실상 CNOT와 동등한 역할
  • 스핀 큐비트(양자점): 교환 상호작용을 이용한 2큐비트 게이트

게이트의 충실도(정확도) 가 높아야 오류정정까지 가능해집니다.


7. 조건 5 – 개별 큐비트 측정 가능

“각각의 큐비트를 따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계산이 끝난 후에는 결과를 읽어야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개별 큐비트 측정(single-qubit readout) 입니다.

예시

  • 이온 큐비트: 특정 내부 상태에만 반응하는 레이저를 쏴서, 빛이 나오면 ∣1⟩|1\rangle, 안 나오면 ∣0⟩|0\rangle로 판별
  • 초전도 큐비트: 공진기와 결합시켜 반사되는 마이크로파의 위상 변화로 상태 판별
  • NV 센터: 스핀 상태에 따라 형광 강도가 달라지는 현상 이용

측정은 양자 상태를 붕괴시키기 때문에,
정확하면서도 불필요한 큐비트에는 영향을 주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8. 조건 6 & 7 – 양자통신까지 생각하면 필요한 것들

디빈센조는 양자통신, 즉 양자 네트워크 까지 확장해서 두 가지 조건을 더 제시했습니다.

  1. 정지 큐비트(메모리)와 이동 큐비트(광자 등) 사이의 변환 가능
  2. 이동 큐비트를 멀리까지 보내는 기술 확보

직관적으로 말하면

  • 메모리 역할을 하는 큐비트 (이온, 초전도, 스핀 등)
  • 통신에 좋은 큐비트 (광자)

이 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야
“양자 인터넷” 같은 것이 가능해집니다.

예시로는:

  • 이온 또는 원자 → 광자 → 다시 원자
  • NV 센터(고체 스핀) ↔ 광자 인터페이스

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9. 실제 시스템 예시 정리

마지막으로, 자주 언급되는 큐비트 후보들을
디빈센조 기준과 연결해 한 번에 볼 수 있게 정리해봅니다.

큐비트 종류물리적 기반장점한계
초전도 큐비트 초전도 회로, 조셉슨 접합 빠른 게이트, 집적회로 기술과 궁합 좋음 코히런스 시간 짧음, 극저온 필요
이온 큐비트 진공 중에 갇힌 이온 코히런스 시간 길고 게이트 정확도 높음 게이트 속도 느리고 대형화가 어려움
광자 큐비트 빛의 편광/경로 통신에 최적, 디코히런스 적음 상호작용 구현이 어려워 연산이 까다로움
스핀 큐비트(양자점 등) 전자의 스핀 상태 반도체 공정과 통합 가능성 제어·읽기 기술 아직 개발 중
NV 센터 다이아몬드 결함 스핀 실온에서 동작, 센싱에 매우 유리 대규모 확장·연산은 아직 도전 과제

🔚 마무리 – “큐비트”의 진짜 의미

겉으로 보면 “OO사는 1000큐비트, OO사는 133큐비트” 같은 숫자 경쟁이 눈에 띄지만,
디빈센조 기준으로 보면 중요한 질문은 조금 다릅니다.

  • 그 큐비트는 얼마나 잘 초기화되고
  • 얼마나 오래 유지되며
  • 얼마나 정확하게 게이트를 적용할 수 있고
  • 얼마나 잘 측정할 수 있는지

다시 말해,

“큐비트의 숫자”보다,
“큐비트를 얼마나 제어할 수 있는가”가 양자컴퓨터의 핵심입니다.

디빈센조 기준은
바로 이 “제어 가능성”을 점검하는 체크리스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 관련 뉴스를 볼 때,
이 기준을 떠올리며 읽어보면
어떤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훨씬 잘 보이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