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거의 모든 정보는 빛을 통해 이동한다.
유튜브 영상, 온라인 강의, 주식 호가, 게임 데이터까지—우리가 접하는 정보의 대부분은 광섬유 케이블 속을 달리는, 지름 9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미세한 광 신호가 실어 나르고 있다.
하지만 이 작은 빛 신호는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동안 조금씩 약해지고, 결국 언젠가는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약해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광통신 시스템은 두 개의 핵심 장치를 사용한다.
- 광증폭기(Optical Amplifier)
- 광검출기(Photodetector)
이 장치들은 단순한 전자회로나 아날로그 장비가 아니다.
그 내부는 광자와 전자의 양자역학적 상호작용만으로 동작한다.
즉, 오늘날의 인터넷은 거대한 양자역학 실험의 연속 운용이라고도 할 수 있다.

1. 🌈 빛의 에너지는 양자화되어 있다
— 광통신 장비가 양자역학을 떠나서 설명될 수 없는 이유
고등학교 물리에서 우리는 빛을 “파동”이라고 배운다.
전자기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증폭기나 광검출기를 설명하려면 파동만으로는 부족하다.
빛은 파동 + 입자라는 이중성을 가진다.
빛이 **입자(광자)**로 작용할 때 드러나는 중요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 1) 광자는 특정한 불연속 에너지를 가진다
광자 한 개의 에너지는
E=hνE = h \nu
- hh: 플랑크 상수
- ν\nu: 빛의 주파수
즉, 광자는 연속적인 에너지를 가질 수 없고 오직 특정한 값만 가진다.
이로 인해 광자가 반도체를 때릴 때 전자가 뛰어오르는지, 혹은 아무 일도 없는지는 밴드갭과 광자 에너지의 정확한 일치 여부로 결정된다.
✔ 2) 전자는 에너지 준위 사이에서만 이동한다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상태는 계단식이다.
전자는 한 계단에서 다음 계단으로 이동할 때만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한다.
이 계단 간의 차이가 바로 양자화된 에너지 준위 차이다.
광증폭기와 광검출기는 전자의 이러한 계단식 이동을 조직적으로 활용하는 장치다.
- 광증폭기 → 전자를 높은 계단에 올려놓고, 지나가는 광자에 의해 떨어지며 **“빛 복제”**를 일으킨다.
- 광검출기 → 광자의 에너지를 이용해 전자를 위쪽 계단으로 올려놓고, 이로 인해 전류 생성이 발생한다.
이것은 100% 양자역학적 현상이다.
2. 🔊 광증폭기 — “빛을 빛으로 키우는” 양자 장치
광증폭기는 광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증폭한다.
이것은 기존 전자 증폭기의 구조와 완전히 다르다.
2-1. 유도방출(Stimulated Emission)이 핵심
양자역학에서 가장 유명한 개념 중 하나인 “유도방출”은 아인슈타인이 1917년에 제안한 개념이다.
전자가 높은 에너지 준위에 있을 때,
해당 준위 차이와 동일한 에너지를 가진 광자가 지나가면
전자는 아래 준위로 떨어지며 똑같은 광자를 하나 더 만든다.
이때 새로 나오는 광자는 원래 광자와 다음을 공유한다.
- 위상
- 진동수
- 진행 방향
- 편광
즉, “완벽한 복제본”이다.
光 → 光 + 光
이 구조가 바로 “증폭(amplifying)”을 의미한다.
2-2. EDFA(Erbium-Doped Fiber Amplifier)의 실제 동작
광통신의 표준 증폭기는 EDFA이다.
동작 순서는 다음과 같다.
✔ (1) 펌핑: 전자를 높은 에너지 상태로 올려놓기
- 980nm 혹은 1480nm 레이저를 광섬유에 주입한다.
- 이 레이저는 에르븀(Er³⁺) 이온의 전자를 높은 준위로 올린다.
- 에너지 준위는 “여기(population inversion)” 상태가 된다.
즉, 전자들이 위 계단에 몰려 있는 상태가 만들어진다.
✔ (2) 증폭할 광신호(예: 1550nm)가 도착
이 신호는 매우 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에르븀 이온의 전자는 이미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대기 중이다.
✔ (3) 신호 광자가 전자를 떨어뜨리면서 자신과 똑같은 광자를 생성
바로 유도방출이 발생한다.
그 결과:
- 신호 광자의 개수가 증가
- 신호의 파장·위상·모양이 그대로 유지
- 잡음이 매우 낮음
이 때문에 EDFA는 장거리 해저 케이블 통신에서 필수 장치다.
2-3. 광증폭기의 양자적 특징
✔ 1) 광증폭은 본질적으로 “광자 수 증가”이다
아날로그 증폭처럼 전압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광자 개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 2) 증폭 과정에서 “자발방출 노이즈”가 함께 생성
“유도방출” 외에도 “자발방출(Spontaneous Emission)”이 일정 비율로 발생한다.
그래서 광증폭기는 **ASE Noise(Amplified Spontaneous Emission)**을 반드시 갖는다.
ASE는 양자역학적 확률 과정에서 기인한다.
✔ 3) 에너지 준위의 수명, 전자 분포 등은 통계적
전자가 위에서 언제 떨어질지는 양자확률로 결정된다.
그래서 증폭기의 잡음 특성은 양자역학적 통계 모델로 계산된다.
3. 👁 광검출기 —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양자장치
광증폭기가 “빛의 복제” 장치라면
광검출기는 “광자를 전자로 바꾸는” 장치다.
광검출기의 본질은 광자의 에너지가 반도체 전자를 들뜨게 하는 과정이다.
3-1. 핵심 원리: 광전효과(Photoconversion)
반도체는 정해진 밴드갭 EgE_g을 가진다.
Ephoton=hν≥EgE_{photon} = h\nu \geq E_g
이 조건이 성립하면 다음이 가능하다.
- 광자가 반도체 속 전자에 흡수된다.
- 전자가 가전자대에서 전도대로 뛰어오른다.
- 전자-정공 쌍이 생성된다.
- 내부 전기장에 의해 전자와 정공이 분리되어 전류 흐름을 만든다.
이 전류가 바로 “빛의 세기”를 나타내는 신호가 된다.
3-2. PIN 포토다이오드 — 광통신의 기본 검출기
PIN 포토다이오드는 아래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 P층
- Intrinsic(고저항 I층)
- N층
I층에서 생성된 전자-정공 쌍은 큰 전기장에 의해 빠르게 분리된다.
이 덕분에:
- 빠른 응답 속도
- 낮은 잡음
- 광대역 검출
이 가능한 것이다.
3-3. APD — 내부 증폭이 가능한 양자 검출기
APD(Avalanche Photodiode)는 고전압을 가해 내부에서 추가 e-h 쌍을 만드는 장치다.
✔ 원리: 충돌 이온화(Impact Ionization)
- 광전효과로 생성된 전자가 고전압 영역으로 진입
- 전기장에 의해 가속
- 다른 전자를 ‘때려서’ 또다른 e-h 쌍 생성
- 이 과정이 연쇄적으로 반복 → “눈사태(avalanche)” 증폭
APD는 내부 Gain(10~100배)을 갖지만,
잡음 역시 증가하기 때문에 정밀한 제어가 필요하다.
이 과정도 전자의 에너지, 충돌 확률 등 모두 양자역학적 계산에 의해 설명된다.
4. 📡 광증폭기와 광검출기 사이에서 일어나는 ‘양자의 흐름’
두 장치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갖지만
결국 다음과 같은 양자 사건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즉, 전송 구간은 광자의 세계, 수신 구간은 전자의 세계가 된다.
그리고 이 사이에는 어떤 고전적 기계적 과정도 없다.
오직 전자와 광자의 양자 전이만이 존재한다.

5. 📊 양자적 한계와 노이즈
✔ 1) 광증폭기 노이즈의 근원: 자발방출(ASE)
이는 양자확률적 사건이어서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 2) 검출기의 노이즈: 쇼트노이즈(Shot Noise)
전류는 전자가 ‘개별적으로’ 흐르는 양자 사건이기 때문에
전류 잡음은 통계적 분포(포아송 분포)를 따른다.
✔ 3) 감도(Sensitivity)의 물리적 한계
검출기의 최소 감도는
한 번에 도착할 수 있는 광자의 개수\text{한 번에 도착할 수 있는 광자의 개수}
에 의해 제한된다.
즉, 너무 적은 광자가 오면 단순히 “측정 불가능”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존재 여부를 구분할 수 없음”이다.
6. 🔗 전체 정리
| 기본 동작 | 광자 복제 | 광자 → 전자 전이 |
| 핵심 원리 | 유도방출 | 광전효과 |
| 양자역학 역할 | 에너지 준위·확률적 전이 | 밴드갭·광자 흡수·전하 생성 |
| 잡음 원인 | 자발방출 | 쇼트노이즈 |
| 출력 | 강화된 광파 | 전기 신호 |
광증폭기는 빛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양자 현상,
광검출기는 빛을 전자의 세계로 끌어오는 양자 현상이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동작하지만, 공통적으로
전자 준위의 불연속성·광자의 양자화된 에너지·확률적 전이라는
양자역학적 법칙이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7. 🎯 마무리 — 인터넷은 거대한 양자 장치다
우리는 매일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그 뒤에서 빛이 어떻게 생성되고, 유지되고, 감지되는지는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광통신 시스템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곳에는 놀랍도록 정교한 양자역학의 세계가 있다.
- 광자는 에너지 준위에 따라 전자를 들뜨게 하고
- 들뜬 전자는 빛을 복제하며
- 반도체는 그 빛을 전류로 바꿔 데이터를 되살린다
이 모든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전 세계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흐르고 있다.
따라서 광증폭기와 광검출기는 단순한 통신 장비가 아니라,
양자역학의 법칙을 가장 대규모로, 가장 실용적으로 적용한 장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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