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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광통신의 광증폭기와 광검출기— 양자역학이 인터넷 신호를 다루는 방식

by 너의sunday 2025. 11. 19.

현대 사회의 거의 모든 정보는 빛을 통해 이동한다.
유튜브 영상, 온라인 강의, 주식 호가, 게임 데이터까지—우리가 접하는 정보의 대부분은 광섬유 케이블 속을 달리는, 지름 9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미세한 광 신호가 실어 나르고 있다.

하지만 이 작은 빛 신호는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동안 조금씩 약해지고, 결국 언젠가는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약해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광통신 시스템은 두 개의 핵심 장치를 사용한다.

  • 광증폭기(Optical Amplifier)
  • 광검출기(Photodetector)

이 장치들은 단순한 전자회로나 아날로그 장비가 아니다.
그 내부는 광자와 전자의 양자역학적 상호작용만으로 동작한다.

즉, 오늘날의 인터넷은 거대한 양자역학 실험의 연속 운용이라고도 할 수 있다.


1. 🌈 빛의 에너지는 양자화되어 있다

— 광통신 장비가 양자역학을 떠나서 설명될 수 없는 이유

고등학교 물리에서 우리는 빛을 “파동”이라고 배운다.
전자기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증폭기나 광검출기를 설명하려면 파동만으로는 부족하다.

빛은 파동 + 입자라는 이중성을 가진다.

빛이 **입자(광자)**로 작용할 때 드러나는 중요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 1) 광자는 특정한 불연속 에너지를 가진다

광자 한 개의 에너지는

E=hνE = h \nu

  • hh: 플랑크 상수
  • ν\nu: 빛의 주파수

즉, 광자는 연속적인 에너지를 가질 수 없고 오직 특정한 값만 가진다.

이로 인해 광자가 반도체를 때릴 때 전자가 뛰어오르는지, 혹은 아무 일도 없는지는 밴드갭과 광자 에너지의 정확한 일치 여부로 결정된다.


✔ 2) 전자는 에너지 준위 사이에서만 이동한다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상태는 계단식이다.
전자는 한 계단에서 다음 계단으로 이동할 때만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한다.

이 계단 간의 차이가 바로 양자화된 에너지 준위 차이다.

광증폭기와 광검출기는 전자의 이러한 계단식 이동을 조직적으로 활용하는 장치다.

  • 광증폭기 → 전자를 높은 계단에 올려놓고, 지나가는 광자에 의해 떨어지며 **“빛 복제”**를 일으킨다.
  • 광검출기 → 광자의 에너지를 이용해 전자를 위쪽 계단으로 올려놓고, 이로 인해 전류 생성이 발생한다.

이것은 100% 양자역학적 현상이다.


2. 🔊 광증폭기 — “빛을 빛으로 키우는” 양자 장치

광증폭기는 광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증폭한다.
이것은 기존 전자 증폭기의 구조와 완전히 다르다.


2-1. 유도방출(Stimulated Emission)이 핵심

양자역학에서 가장 유명한 개념 중 하나인 “유도방출”은 아인슈타인이 1917년에 제안한 개념이다.

전자가 높은 에너지 준위에 있을 때,
해당 준위 차이와 동일한 에너지를 가진 광자가 지나가면
전자는 아래 준위로 떨어지며 똑같은 광자를 하나 더 만든다.

이때 새로 나오는 광자는 원래 광자와 다음을 공유한다.

  • 위상
  • 진동수
  • 진행 방향
  • 편광

즉, “완벽한 복제본”이다.

光 → 光 + 光
이 구조가 바로 “증폭(amplifying)”을 의미한다.


2-2. EDFA(Erbium-Doped Fiber Amplifier)의 실제 동작

광통신의 표준 증폭기는 EDFA이다.
동작 순서는 다음과 같다.


✔ (1) 펌핑: 전자를 높은 에너지 상태로 올려놓기

  • 980nm 혹은 1480nm 레이저를 광섬유에 주입한다.
  • 이 레이저는 에르븀(Er³⁺) 이온의 전자를 높은 준위로 올린다.
  • 에너지 준위는 “여기(population inversion)” 상태가 된다.

즉, 전자들이 위 계단에 몰려 있는 상태가 만들어진다.


✔ (2) 증폭할 광신호(예: 1550nm)가 도착

이 신호는 매우 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에르븀 이온의 전자는 이미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대기 중이다.


✔ (3) 신호 광자가 전자를 떨어뜨리면서 자신과 똑같은 광자를 생성

바로 유도방출이 발생한다.

그 결과:

  • 신호 광자의 개수가 증가
  • 신호의 파장·위상·모양이 그대로 유지
  • 잡음이 매우 낮음

이 때문에 EDFA는 장거리 해저 케이블 통신에서 필수 장치다.


2-3. 광증폭기의 양자적 특징

✔ 1) 광증폭은 본질적으로 “광자 수 증가”이다

아날로그 증폭처럼 전압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광자 개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 2) 증폭 과정에서 “자발방출 노이즈”가 함께 생성

“유도방출” 외에도 “자발방출(Spontaneous Emission)”이 일정 비율로 발생한다.
그래서 광증폭기는 **ASE Noise(Amplified Spontaneous Emission)**을 반드시 갖는다.

ASE는 양자역학적 확률 과정에서 기인한다.

✔ 3) 에너지 준위의 수명, 전자 분포 등은 통계적

전자가 위에서 언제 떨어질지는 양자확률로 결정된다.
그래서 증폭기의 잡음 특성은 양자역학적 통계 모델로 계산된다.


3. 👁 광검출기 —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양자장치

광증폭기가 “빛의 복제” 장치라면
광검출기는 “광자를 전자로 바꾸는” 장치다.

광검출기의 본질은 광자의 에너지가 반도체 전자를 들뜨게 하는 과정이다.


3-1. 핵심 원리: 광전효과(Photoconversion)

반도체는 정해진 밴드갭 EgE_g을 가진다.

Ephoton=hν≥EgE_{photon} = h\nu \geq E_g

이 조건이 성립하면 다음이 가능하다.

  1. 광자가 반도체 속 전자에 흡수된다.
  2. 전자가 가전자대에서 전도대로 뛰어오른다.
  3. 전자-정공 쌍이 생성된다.
  4. 내부 전기장에 의해 전자와 정공이 분리되어 전류 흐름을 만든다.

이 전류가 바로 “빛의 세기”를 나타내는 신호가 된다.


3-2. PIN 포토다이오드 — 광통신의 기본 검출기

PIN 포토다이오드는 아래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 P층
  • Intrinsic(고저항 I층)
  • N층

I층에서 생성된 전자-정공 쌍은 큰 전기장에 의해 빠르게 분리된다.
이 덕분에:

  • 빠른 응답 속도
  • 낮은 잡음
  • 광대역 검출

이 가능한 것이다.


3-3. APD — 내부 증폭이 가능한 양자 검출기

APD(Avalanche Photodiode)는 고전압을 가해 내부에서 추가 e-h 쌍을 만드는 장치다.

✔ 원리: 충돌 이온화(Impact Ionization)

  1. 광전효과로 생성된 전자가 고전압 영역으로 진입
  2. 전기장에 의해 가속
  3. 다른 전자를 ‘때려서’ 또다른 e-h 쌍 생성
  4. 이 과정이 연쇄적으로 반복 → “눈사태(avalanche)” 증폭

APD는 내부 Gain(10~100배)을 갖지만,
잡음 역시 증가하기 때문에 정밀한 제어가 필요하다.

이 과정도 전자의 에너지, 충돌 확률 등 모두 양자역학적 계산에 의해 설명된다.


4. 📡 광증폭기와 광검출기 사이에서 일어나는 ‘양자의 흐름’

두 장치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갖지만
결국 다음과 같은 양자 사건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광자 (전송) → 광증폭기에서 동일 광자 복제 → 장거리 전송 → 광검출기에서 광자 에너지 흡수 → 전기 신호로 변환

즉, 전송 구간은 광자의 세계, 수신 구간은 전자의 세계가 된다.

그리고 이 사이에는 어떤 고전적 기계적 과정도 없다.
오직 전자와 광자의 양자 전이만이 존재한다.


5. 📊 양자적 한계와 노이즈

✔ 1) 광증폭기 노이즈의 근원: 자발방출(ASE)

이는 양자확률적 사건이어서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 2) 검출기의 노이즈: 쇼트노이즈(Shot Noise)

전류는 전자가 ‘개별적으로’ 흐르는 양자 사건이기 때문에
전류 잡음은 통계적 분포(포아송 분포)를 따른다.

✔ 3) 감도(Sensitivity)의 물리적 한계

검출기의 최소 감도는

한 번에 도착할 수 있는 광자의 개수\text{한 번에 도착할 수 있는 광자의 개수}

에 의해 제한된다.
즉, 너무 적은 광자가 오면 단순히 “측정 불가능”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존재 여부를 구분할 수 없음”이다.


6. 🔗 전체 정리

항목광증폭기광검출기
기본 동작 광자 복제 광자 → 전자 전이
핵심 원리 유도방출 광전효과
양자역학 역할 에너지 준위·확률적 전이 밴드갭·광자 흡수·전하 생성
잡음 원인 자발방출 쇼트노이즈
출력 강화된 광파 전기 신호

광증폭기는 빛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양자 현상,
광검출기는 빛을 전자의 세계로 끌어오는 양자 현상이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동작하지만, 공통적으로
전자 준위의 불연속성·광자의 양자화된 에너지·확률적 전이라는
양자역학적 법칙이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7. 🎯 마무리 — 인터넷은 거대한 양자 장치다

우리는 매일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그 뒤에서 빛이 어떻게 생성되고, 유지되고, 감지되는지는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광통신 시스템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곳에는 놀랍도록 정교한 양자역학의 세계가 있다.

  • 광자는 에너지 준위에 따라 전자를 들뜨게 하고
  • 들뜬 전자는 빛을 복제하며
  • 반도체는 그 빛을 전류로 바꿔 데이터를 되살린다

이 모든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전 세계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흐르고 있다.

따라서 광증폭기와 광검출기는 단순한 통신 장비가 아니라,
양자역학의 법칙을 가장 대규모로, 가장 실용적으로 적용한 장치라 할 수 있다.